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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 후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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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5-09 12:03 조회2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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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하러 가는 길

 

여주 피정의 집은 친정 나들이 길의 여정과 같다.

그것도 꼬불꼬불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시골길이다.

자욱한 안개 같은 벚꽃을 배경 삼아 복숭아꽃, 아기똥풀도 함께 채색을 도왔다.

수수한 듯 화려한 꽃길과 가로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여주 스승예수 제자 수녀회> 표석이 보인다.

소담하게 가꿔진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3층 붉은 벽돌집이 보이고 나의 방은 311호로 배정되어 있었다.

방문을 여는 순간 털썩!

! 주여, 준비해 놓으셨군요.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서 기다려 주셨군요.

감사드립니다. 아멘.

 

도시와 다른 산속의 밤.

적막함 속에 산새 소리, 개굴개굴, 멍멍 자연의 소리와 냄새가 부모님의 집처럼 느껴진다.

부모님이 아끼고 마련해 놓으신 만물을 흐트러뜨리지 않게 조심하고 아껴야겠구나 싶으니 자연도 내 마음엔 형제처럼 친숙했다.

모든 것은 주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신 것이다.

나를 구원하시고자 하는 약속을 이루시기 위해 챙겨주시고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느껴짐에 심장이 뜨거워지는 무한한 감사가 밀려왔다.

 

나는 수년째 침묵피정을 찾아 나선다.

? 무엇이 나를 흔들리게 하는 걸까.

지금의 나는 안정된 가정 속에서 살고 있는데도 어울리지 않게 외로워하고 불안해한다.

창세기 2장 말씀 묵상 중에 나의 어린 시절이 잡혔다.

206여 개의 뼈와 기관들 하나하나 미묘하고 신비한 인체의 역할과 구조물을 창조해 내시는 하느님은 분명 계획적이고 연구자적인 성향이시다.

분명 그러하신 분께서 날 창조하셨다.

나는 왜 이 땅에 탄생됐을까.

부모님이 간절히 바라서? 아닐 텐데.

그럼 하느님의 계획으로 보내신 건데 왜 지금의 부모님과 지금의 집에 나를 보내셨을까.

행복하길 바라시는 주님이시다.

나는 행복해했나.

슬플 때가 많았던 어린 시절.

어린 내가 보기에 답답했던 환경.

그래서 내가 어른이 되어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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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안타깝게 바라보신다.

나는 주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제대로 믿지 못한 것이다.

내 부모 형제 남편 자식 친구 아무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고 오로지 내 스스로 지키고자 했다.

나 자신만 믿어왔던 것이다.

그 원인이 어디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슬프게도 오래도록 길들어져 왔었나보다.

그걸 자존심이라고 꿋꿋하게 지키려 악을 쓰고 애쓰며 살아왔다.

너무나 먼 길을 와 버렸기에 돌아가려 해도 두렵고 방법도 모르겠다.

결혼해서도 모진 시집살이도 나의 젖먹이를 잊을 수 없고 책임지기 위해 버텨왔다. 그걸 안다면 나 역시 주님의 젖먹이인지라 주님께서 한시도 잊지 않고 지켜 주시리란 걸 믿어야 한다. 그런데 난 나의 노후를 불안해하니 믿음이 부족한 거다.

내가 아무리 숨으려 해도 하느님께서는 이미 다 알고 계시며 자꾸만 자꾸만 밝은 빛으로 인도하시려 한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만 숨으려 한다.

화해해야 한다.

내 마음에 쌓아놓은 미움과 실망에서 벗어나 화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아버지의 뜻이며 바로 내가 살 길이다.

 

농부는 싹을 가꾸고 수확을 하는 사람이다.

싹이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알고자 머리 숙이고 궁리만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싹이 자라서 수확의 때가 왔는데도 시기를 놓쳐 수확을 못 하게 될 것이다.

내가 내 인생을 맘 먹은 대로 계획하고자 여지껏 내 고집대로 살아 왔었다. 수확의 때가 오면 낫을 대면 되는 것처럼.

내 인생도 저절로 진행되어가는 걸 즐기면 된다.

나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딸이기 때문이다.

 

26식의 정성 어린 수녀님 밥과 하느님의 속삭임에 산고의 고통을 위로받고 그제서야 독기와 피로를 풀고 가벼운 몸으로 퇴소한다.

 

2018422일 김은자 미카엘라

 

 

*** 2018년 4월20~22일 여주 스승예수 피정의 집에서 진행된 ​[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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